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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대한 공상

[금융위기_서론] 나는 '외환관리사'다.

내가 막 대학교에 입학 하던 시절. 참 좋은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난 다른 운은 참 없었어도 시대 운은 참 잘 탔다는 생각이 든다.

 요사이 대학교를 막 졸업해 취업을 준비 하거나, 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의 젊음은 참 부럽다. 하지만 너네들이 뚫고 나가야할 이시대는 절대 부럽지 않다.'  말 그대로다...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아우 토쏠려 ㅎㅎ

 사실 난 96학번이다. 대학교 들어가서 2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한국에는 통칭 IMF 경제위기라고 하는 외환위기가 찾아 왔다. 놀랍지 아니한가! 불가 몇달전까지만 해도 국민소득이 2만불을 돌파했다. 선진국이 되었다. 축배를 들었는데...

 발발 이유는 하나다. 그냥 달러가 모자랐다. 그게 다다. 유동성 위기다. 잠깐 달러가 없는거다. 개인으로 따지면 그냥 지출계산을 잠깐 잘못해서 이번달 카드값을 갚을 돈이 모잘랐던거다. 돈도 계속 벌고 있고, 그거 못갚을 정도로 없이 사는것도 아니다. 잠깐의 현금부족일 뿐이다.

 그런데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원/달러 환율은 800원대에서 1600원대까지 치솟았고, 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30대 기업업중 절반이 파산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었다. 황당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환율이라는 것에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싶다. 그냥 무역수지가 계속 흑자니 원화 강세가 계속되서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까지 떨어지니 수출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정도 였던 것 같다.  환율이 낮다 보니, 물가는 안정되어 있었고, 한국 기업들은 해외 생산 기지를 늘렸으며, 주식,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었으며, 너도 나도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재테크에 관심이 있었던 그 시절, 왜 오르는 지도 모르고 그냥 환율이 폭등하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나자빠졌다. 주식과 부동산은 폭락 하고, 회사들은 무너지고, 물가는 순식간에 30%정도 치솟았으며, 부동산담보대출 금리가 20%대까지 치솟았다. 

  솔직히 나도 개충격이었다. 대우가 무너졌다. 말도안되. 당시에는 삼성보다 더 처주던 대우였다. 김우중 신화!!! 근데 무너졌다. 물론 레버리지가 큰 경영을 했던 것이 이유 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됬지만... 캠퍼스 내에서는 우리 아빠 짤렸어, 제네 아빠 망했대 이런 말이 일상화 되었고, 휴학이 무슨 유행처럼 되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좀 많이 어려워 졌드랬다. 그래서 나도 바로 군대로 도망 갔다. 제일 긴 군대가 공군 30개월 복무인 시절 그냥 공군 ㄱㄱㅆ.

 2년6개월 동안 고민고민 끝에 난 입학했던 영문과 공부를 접고, 경영학과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재대 후에 학비를 별려고 1년간 공사판 막노동을 했다. 안양 석수초등학교 내가 지었다 ㅎㅎ 벽돌 한땀 한땀 ㅎㅎ 요즘도 가끔 지나칠때면 가보곤 한다. 저거 내가 지었는데 하면서ㅋㅋㅋ (일할때는 돈이 없어서 공사현장에서 막일 하는것이 참 비참하고, 우울했는데 지금은 가보면 내가 한 것보고 기분이 좋다. 감회도 새롭고, 추억 돋는다.)

 경영학과에 들어가서는 주로 재무, 회계, 금융 관련 공부에 집중을 했고, 당시에 여러개의 재무 자격증을 땄지만 사실 외환관리사 공부만 한거다. 외환관리사 따면 다른 건 그냥 따라 온다고 할 정도 쉬운 자격증들이니까. 당시 총 3차로 진행되는 시험은 1차 필기, 2차 필기, 3차 딜링으로 진행 되는 참 어울리지 않게 어렵운 자격증이었다. 이게 외환딜러 양성 자격증이어서 그랬다단다. 외환관리사 출신 외환딜러가 몇명이나 된다고 ㅎㅎ

 아무튼 자격증들 덕분에 좋은 회사에 취직도 잘 됬고, 회계팀, 재무팀, 관리팀, 경영전략팀, 기획팀. 등을 참 여러부서를 전전하면서? 참 얇고도 넗게 경험을 키워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번뜩, 술자리에서 어느 선배의 유식함에 반한 나는 번뜩 깊이도 키워야 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가장 깊이 있게 팔수 있는 곳부터 파자'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잘하는 것,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기본기가 좋은 곳을 생각 하게 되었다.

그래 나는 외환관리사다. 그럼 외환과 환율 변동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지...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책, 기사, 논문, 보고서등을 닥치는데로 찾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놧 빌어먹을 ㅜㅜ... 솔직히 환율은 본질이 아니다. 환율은 그저 현상일 뿐이다. 그것도 동일한 자극에 동일한 현상을 보여주는 정형화된 현상도 아니다. 범위도 통화에 관련한 모든 부문 즉 자금의 이동, 금리의 변동, 화폐의 유통량,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이동등등의 부문과, 정치적 요소, 사회적 불안요소, 이모든 것에 상대적 불균형, 자연 재해까지도 환율에 영향을 준다. 가로세로 1미터쯤 파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가로 세로 100미터를 파도 모잘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보면 볼수록 모르겠고, 알면 알수록 헷갈리고 모호해 지는 효과가 났다 ㅜㅜ 아 허무해 ;;;; 포기 선언! 니미...

 하지만 배운게 도독질이라는 말이 있다. 뉴스든 정보든 외환과 환율에 관련한 내용이 나오면 귀에 박힌다. 아 그건 저래서 그렇지, 아 이건 이래서 이렇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단순화, 단순화된 프로세스, 단순화된 프로세스의 변이, 예상치 못한 결과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결과. 2년이 더 흐른 뒤에야 아!. 버릴걸 버리면 최소한 현상을 이해 할수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환율 변동 메커니즘과 이에 따른 자금의 이동, 앞으로의 트랜드 예상등을 통해 내가 미래 환율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현재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현상이 주는 위험을 남들보다 조금더 빨리 알수만 있다면, 그 위험이 주는 레버리지가 폭발하기 전에 피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 14년차 나는 이제 회사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오래 사는 직급이 되었다. 난 어차피 미래를 예상할 수 없다. 예상한다고 해도 맞을 확률은 낮다. 하지만 현상은 계속 보며 이해해야한다. 앞으로 이렇게 될것이라고 하는 말은 나에게 독이 되지만, 지금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할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니 이것으로 내 밥값을 해야 한다.

 나는 외환관리사다.

 나 에게 어떤 주식이 오를지 물어보지 마라. 나도 모른다 ㅜㅜ  하지만 나에게 현재에 어떠한 투자 위험이 있는지 물어라. 이런 것은 이런 위험이 있다고 알려 주겠다.  거봐라. 내가 브라질 펀드 들지 말라고, 차라리 그돈 기부하라고 했지. 그럼 연말정산에서 세금이라도 깍아준다고... ㅋㅋㅋ